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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회장님 신년사

분류 : 2009-01-09
2009년 기축년(己丑年)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올해는 ‘소띠’의 해입니다. 소는 우직하면서도 한 눈을 팔지 않고 헌신적이기에, 예로부터 정직과 근면 그리고 복록(福祿)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씨름시합에서 1등을 하면 황소를 줍니다. 또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오르면 "황소 장"이라고 하고, 영어로도 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황소 같은 건강과 복록을 누리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재단가족 여러분!
우리 ‘가천길재단’은 지난해 50주년을 맞아, 새 출발을 다짐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가졌습니다. 재단 가족 여러분이 나와 손을 맞잡고 열정을 쏟아가며, 50년 세월을 달려오는 동안 우리 재단의 역량은 무르익고, 더욱 강해졌습니다.

브랜드 가치도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우리 재단이 심혈을 기울여 구축해온 3대 연구소, 즉 이길여 암·당뇨연구원과 뇌과학연구소, 그리고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 세 군데가 일제히 정부가 선정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WCU)"에 뽑혔습니다. 우리의 노력과 실력을 공인받은 기념비적인 경사입니다.

특히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의 명예원장인 스티븐추 박사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 장관으로 발탁되는 겹경사가 있었습니다. 여러분! 인재를 중시하고, 글로벌한 안목으로 인재를 발굴해온 우리 재단만이 해낼 수 있는 쾌거였다고 자부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성공을 자축하고 안주하기에는, 너무도 급박한 경제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올해 국내외 경영 환경은 밝지 않습니다. 작년에 미국에서 터진 금융위기가 전 세계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각오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성공에 취해서 개혁을 외면하는 조직이, 급변하는 사태에 얼마나 위험하고 취약한지 증명되고 있습니다. 세계 자동차 1위 업체인 미국 GM자동차를 보십시오. GM은 1백년 동안의 ‘성공 신화’에 빠져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요즘 도산(倒産)의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등이 따뜻하고 편해질수록, 이웃의 찬사와 박수소리가 크게 들려올수록, 위기를 생각하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작은 성공에 취하여 혁신의 기백을 잃어버린 채, 타성에 빠지면 결국 도태되고 만다는 동서고금의 명언임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재단가족 여러분.
우리 재단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비전과 구조와 외형(外形)을 갖추고 있습니다. 재단은 21세기의 유망업종인 의료 바이오 헬스캐어 미용, 문화 지식 학술정보를 아우르는 핵심역량을 두루 보유하고 있습니다. 길병원은 수도권 서부에서 가장 브랜드가치가 큰 병원이고, 경원대와 가천의과대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들을 날개삼아 빠른 비상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경인일보는 수도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1등 로컬페이퍼입니다.

그러나 우리 재단이 ‘훌쩍 커진 옷’에 걸맞는 운영 소프트웨어와 경영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더욱이, 80년만의 세계 경제공황으로 불리 우는, 이런 대격변의 시대를 이겨내고, 또 한 번 도약의 하려면 우리의 내부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실속을 다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올 한해 내실(內實)을 더욱 탄탄히 다져서, 불황에도 끄덕하지 않고, 소가 밟아도 깨지지 않을 "전천후 경쟁력"을 갖춰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내실과 경쟁력을 위하여 나는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기본에 더욱 충실하자는 것입니다. 스포츠나 비즈니스의 세계를 막론하고 기본기(基本技)를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어떤 응용기술을 배워 써먹어도 효과가 없습니다. 영어에도 ‘back to the basics’라는 말이 있습니다. 외부환경이 어려울수록 ‘사업의 기본’을 다시 두드려보고 점검한다는 뜻입니다. 의료의 기본은 무엇이고, 교육과 언론의 기본은 무엇입니까. 저는 ‘고객 만족, 고객 감동’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환자 없는 병원, 학생 없는 대학, 독자 없는 신문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둘째, 끊임없는 자기 혁신입니다. 조직이 커지면 아무래도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생산성과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우량기업이라도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GM자동차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업과 조직이 오래 발전하고 장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화와 혁신은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우리 재단의 리더들부터 솔선수범하며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꿔야 혁신에 성공하고, 이 난국을 이겨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시스템 경영의 정착입니다. 우리 재단이 아무리 좋은 경영자원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자원 배분과 업무 프로세스의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없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평가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길병원과 가천의과대, 그리고 경원대는 업무의 시스템화에 각별히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요즘 길가의 가로수 들이 잎사귀를 모두 떨군 채,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역경을 이겨내고 새 봄을 기약하는, 초목들의 기막힌 생존의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나무는 가을이 되고 햇볕과 수분이 줄어들면, 잎을 떨어뜨려 구조조정을 합니다. 여름날처럼 왕성한 생장(生長)을 해낼 수 없는 겨울을 앞두고, 엄혹한 대자연의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털어 내는 것입니다.

그처럼 앙상한 가지로 칼바람을 견디고 엄동설한을 이겨내서, 죽지 않고 겨울을 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눈 녹고, 햇살 따사로운 봄을 맞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초목지시"(草木知時)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나무나 풀잎도 때를 알거늘, 하물며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한 사람에 있어서랴! 그러한 가르침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역경을 지혜롭게 이겨내지 않으면, 새 봄을 맞지 못하고, 푸르른 여름을 누릴 수 없는 것이 대자연의 법칙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단합하여 이 경제 불황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씨를 뿌립시다. 그리하여 지나온 반세기의 역사가 빛나는 만큼, 우리 가천길재단이 21세기에도 더욱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우리 다 함께 손을 굳게 잡고 전진합시다.

감사합니다.

2009년1월9일
가천길재단 회장
의학박사 이 길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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